주메뉴 바로가기 본문내용 바로가기
pageLinkNav 빌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촌여지도 조회
포구 기행 “지금은 선착장 생기고 큰 배 오가지만 갯벌 달리던 널배로 자식들 키웠지” 순천시 별량면 화포花浦
닉네임관리자 작성일2017-09-26 조회수27133

포구 기행

 

“지금은 선착장 생기고 큰 배 오가지만

갯벌 달리던 널배로 자식들 키웠지”

 P80 화포 일몰.JPG 이미지입니다.

순천시 별량면 화포花浦

 

글 김용태 사진 박성배

 

-----

 

짜지 않은 바다야 없다지만 그 바다에 사는 사람들의 짠 내 나는 삶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순천시 별량면 화포마을의 포구는 작지만 유난하다. 개펄 위로 수많은 점들이, 그러나 자세히 보면 입체만의 그림자를 가진 생명체들이 우글거린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칠게들, 작은 예수처럼 물 위를 걷는 망둥어들이 이방인의 출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일을 한다.

작은 포구에 작은 배들이 매여 있다. 가까운 바다에는 수많은 말뚝들이 서 있다. 건간망의 말목들이다. 말목이 박혀 있는 바다라면 수심이 얕은 바다라는 의미다. 화포의 주민들은 근해에 말목을 박아 건간망을 설치하고 조수 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각종 해산물을 거둬들인다. 그러나 칠게 금어기인 7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는 말목에 그물이 걸리지 않는다. 어부들은 그 기간 동안 그물을 수선하고 말목을 고치고 꼬막의 종패를 키운다.

바다가 내어주는 것들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바다의 섭리를 받아들인다. 그래야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조수 간만이 있어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지만 그 조수 간만이 그물을 찢는다. 그물에 달라붙은 쩍(따개비)이 그물을 찢는 것이다. 조수를 탓할 순 없다. 묵묵히 찢어진 그물을 수선할 뿐이다.

화포마을 포구의 방파제는 세월의 변화를 상징한다. 요즘 화포 앞바다에서는 널배에 탄 아낙을 보기 쉽지 않다. 개펄 위를 미끄러지던 널배를 이제 배들이 대신한다. 지난날 화포 앞바다에서 바다를 향해 나아가던 배들은, 물 위를 떠가는 배보다 펄 위를 미끄러져 가는 널배가 많았다. 길이 약 2미터에 폭은 45센티미터 가량인 널배는 개펄에서 작업을 하는데 있어 요긴한 이동 수단이자 운반 수단이었다. 화포의 아낙들은 한 쪽 무릎을 널배에 대고 남은 다리로 펄을 밀어 널배를 몰았다. 그러면서 꼬막 따위를 채취해 널배에 올려 둔 바구니에 담았다. 어선과 방파제가 흔해지기 전만 해도 화포가 아닌 서남해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지만 이제는 그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

화포마을은 달동네처럼 경사가 가파르다. 그 둔덕의 상단부에 도로가 나 있다. 도로의 위쪽은 도로명 주소가 일출길이고 아래쪽은 화포길이다. 일출길에 사는 정복순(84) 씨는 20세에 순천 오천동에서 화포로 시집을 왔다. 정복순 할머니 집 뒤꼍에서 지난날 사용했던 널배와 만날 수 있었다. 널배는 오래도록 방치한 듯 곳곳이 삭아 있어 쉽게 뭉개졌다.

“잡은 꼬막을 머리에 이고 원창역에 가서 팔거나 순천 아랫장에 가서 팔았어. 원창역 완행열차를 타고 남광주 시장 상인들에게 팔기도 하고.”

정복순 할머니는 널배를 타고 잡은 꼬막을 한 번에 30~40킬로그램씩 머리에 이고 원창역까지 걸었다고 한다. 일단 머리에 이고 나면 중간에 내릴 수가 없었다. 내리면 다시 머리에 일 수 없는 탓이다. 그녀가 보여준 앨범 속 빛바랜 사진들처럼, 세월처럼, 한번 내리면 다시는 일 수 없기에, 고된 짐을 지고 쉼 없이 걸었다. 그렇게 자식들을 길러냈다.

해서일까. 화포의 바람은 세차게 불어도 시원하지가 않다. 밀물을 타고 날아온 바람은 땀을 채가는 대신 끈적거리는 염기를 묻히고 떠난다. 개펄에는 소금기와 땀과 피가 스며들어 있다. 꼬막을 줍느라 펄 위로 손을 젓다 보면 예리한 도치뿔(키조개)에 손을 베기가 일쑤였다. 수만 수십만 번 펄을 밀어댔을 한 쪽 다리와 꼬막 가득한 광주리를 이고 걷던 15리길 중 어느 고행이 더 힘겨웠을까. 어릴 적 서해의 어느 개펄에서 보았던 널배 위의 아낙들이 생각난다. 널배를 미는 아낙들은 파도가 밀고 오는 바람과 닮았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되 지척에서 보면 고된 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 명제가 된 세상이라지만 이전의 세상을 산 탓에 누군가를 위해서만 살았던 사람들. 때문에 그 노동은 숭고하다.

입추가 지났다지만 여름으로 불리길 바라는 오후, 십수 명의 사람들이 화포의 포구에 모여 있다.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물이 배를 띄워 올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화포마을 주민이 아닌 순천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꼬막 종패를 털기 위해 모인 놉이다. 이들은 시간이 흐르고 선착장까지 물이 차면 작은 배를 타고 멀리 보이는 큰 배로 이동한다. 그 배로 갈아탄 뒤 미리 설치해 둔 그물에 붙은 꼬막 종패들을 털어댈 것이다. 종패들이라고는 하나 쉽게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세 시간, 있는 힘 없는 힘을 짜내어 그물을 털어댈 것이다.

그물과 꼬막 종패와 긴팔 옷을 입은 채 배를 타고 떠난 이들이 포구에 도착해 처음 만난 이인 어촌계장의 말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순천만의 수명을 다한 썩은 갈대들이 화포 앞바다로 밀려드는 걸 못마땅해 했다. 해거름 뭇 여행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을 갈대들이 그에게는 썩은 부유물일 뿐이다. 낭만과 현실의 경계다. 찬란은 잠시지만 밥벌이는 지속적인 것이기에 삶의 현장은 냉정하고 치열하다.

등대가 없는 포구에서 일몰을 기다린다. 밀물이 밀고 온 바람이 잦아들고 만조 때가 되어 노을이 번진다. 흐린 바닷물이 유난스레 노을을 튕겨 낸다. 바닷물이 멀리까지 빠져야 살 수 있는 어항이다. 차고 비는 바닷물이 화포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만들어 왔다. 선착장이 생기기 전부터도 화포는 포구였다. 배가 드나드는 곳이 포구라면 널배가 드나드는 정복순 할머니의 집도 포구다. 집집마다 포구가 있는 마을, 화포다.

 

-----

 

사진설명

 

화포는 일출과 석양이 모두 아름다운 포구다.

P81 정복순 할머니의 널.JPG 이미지입니다.

스무살 때 순천 오천동에서 화포로 시집 온 정복순(84) 씨와 그 삶을 이어준 널배.(위)

P81 칠게 천지 화포 갯벌.JPG 이미지입니다.

칠게가 지천인 화포 갯벌. 아직 살아 있다는 반증이다.

P82 마당에 널린 빨래가 정겹다.JPG 이미지입니다.포구가 지척인 마당에 널린 빨래가 갯바람에 마르고 있다. 정겹다.

P83 새우잡이 통발 설치.JPG 이미지입니다.

인근 도시와 마을에서 온 사람들이 통발로 새우를 잡는다. 포구는 여전히 사람들을 품는다.

 

QR CODE

오른쪽 QR Code 이미지를 스마트폰에 인식시키면 자동으로 이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이 QR Code는 현재 페이지 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페이지로 연결되는 QR코드

현재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만족도결과보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저작권 표시, 정보변경 불가, 상업적으로 이용불가

콘텐츠 담당자 :
사이트관리 관리자
전화 :
미지정
콘텐츠 최종 수정일 :
2017-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