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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갯살이 물고기는 무한하지 않다 ‘속도와 효율’ 대신 슬로피시 운동
닉네임관리자 작성일2017-09-26 조회수30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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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갯살이

 

물고기는 무한하지 않다

‘속도와 효율’ 대신 슬로피시 운동

 ilovepdf_com-123.jpg 이미지입니다.

글·사진 김준(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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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과 속도, 마을어업의 답이 아니다

살충제 계란으로 전국이 들끓었다. 정부가 인증한 ‘친환경’ 마크를 달고 있는 계란이라는 점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한 시민은 외국에서 있을 때는 먹을거리로 고민을 한 적이 없는데, 귀국해 보니 제일 큰 걱정이 먹을거리라며 한마디로 답답하다고 한다. 생산자도 정부도 믿을 수 없으니 무슨 방법이 있냐는 것이다. 이쯤에서 계란 아닌 생선을 생각해보자. 특히 바닷물고기, 바다라는 ‘자연 환경’에서 자라니 친환경이고 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편견이다. 바닷물고기도 가축을 기르는 공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짧은 시간에 체색이 좋은 많은 물고기를 양식하는 방법만 생각할 뿐이다. 바다 환경을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기 충분하다.

 

바닷물고기와 인간은 도반이다

물고기가 살지 않는 지구,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지구에서 인간의 생존은 가능할까. 푸른 별 지구에 인간이 살 수 있었던 것은 따지고 보면 많은 물고기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배고픔을 달래 줄 식량 구실을 해줘서가 아니다. 인간의 탄생에 지대한 공은 우선 물고기에게 돌려야 한다. 푸른 지구별이 탄생하면서 물고기의 출현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용암이 식어가면서 비가 내리고, 연기와 수증기가 대기층을 감싸며 광합성 작용이 시작되었다. 그 덕에 지구 아닌 수구가 된 푸른 별은 물고기를 잉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에서 살던 물고기가 뭍으로 올라와 인간에 이르렀으니, 인간의 오랜 동반자가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의 오랜 동반자가 인간이다. 그러니 인간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데 물고기만 한 것이 없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포유류 침팬지나 고릴라로 인간의 과거를 찾고 미래를 예측할 실험을 할 수 없으니 그 희생물로 물고기보다 좋은 생물이 또 있을까. 이러저래 인간의 미래는 바다와 물고기에 달려 있다면 지나친 것일까.

 

바닷물고기가 사라진다

물고기와 인간의 첫 상봉은 언제였을까. 둘의 관계가 호혜관계에서 적대관계로 변한 것은 언제일까. 궁금하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다. 그만큼 연구가 되어있지 않는 것도 큰 이유지만, 인간은 물고기와 바다에 대해 너무 모른다. 게다가 오해까지 하고 있다. 바닷물고기는 무한하다는 오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수산업 도표’에 소개된 수산물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것을 찾을 수 있다. 당시 동해안을 주름잡았던 명태, 대구, 청어, 꽁치, 고래 등은 지금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 어획되고 있는 오징어, 미역, 멸치, 문어도 어획량이나 채취량이 크게 줄었다. 남해는 어떤가. 삼치, 고등어, 도미, 굴, 문어, 갈치 등이 소개되고 있다. 갈치와 고등어가 크게 줄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서해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조기, 민어, 넙치, 새우 대부분 사라졌거나 어획량이 크게 줄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넙치나 새우처럼 양식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국내 소비의 절반 이상 수입하는 수산물로는 명태, 새우, 낙지, 바지락, 주꾸미, 꽁치, 홍어, 해파리. 이중에는 심지어 전량을 수입하는 것도 있다. 고등어, 아귀, 게, 가자미, 참조기도 절반은 아니지만 상당한 양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밥상만 아니다. 제사상에 오르는 생선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런 추세로 바닷물고기를 잡고, 식문화가 진행된다면 우리 밥상에서 물고기가 사라지는 날은 멀지 않을 것이다. 물고기 한 종이 사라지만 그만인가. 생태계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그래서 생태계가 아닌가. 먹이사슬은 밥상에 멈추지 않는다.

동해안의 명태를 더 살펴보자. 명태가 주체할 수 없이 잡혔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명태가 동해에서 사라지자 이젠 오징어가 주 어종 자리를 차지했다. 횟집에 주요리가 나오는 사이 손님 접대용으로 내놓던 오징어는 더 이상 없다. 오징어는 해방 전후부터 1980년대까지 동해안 어민들 생계를 책임졌다. 학생들은 오징어 철이 되는 9월부터 10월 성어기에는 농촌의 바쁜 일손을 돕는 방학인 농번기처럼 ‘어번기’를 실시해야 했다. 이후 잠깐 정어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동해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이제 서해나 서남해로 와야 잡는다. 그나마 국내 어장에서 잡을 수 있어 천만다행이다. 명태를 복원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복원이 가능할까. 유전자와 유전체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 개체군의 90%가 사라지면 명태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이 전승되지 않다. 생물이 가지고 있는 집단기억이 유전체로 전승되어야 하는데 그게 사라지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금어기라는 처방을 하는 것이다.

 

살충제 생선은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을 꼽으라면 고등어, 조기 그리고 연어쯤 될 것 같다. 고등어는 이미 노르웨이 등 수입산이 자리를 꿰찼다. 한 때 서민들의 밥상을 풍성하게 해 주던 고마운 생선이 아니던가. 어머니 하면 생각나는 생선이 고등어였다. 조기는 고등어보다 사정이 낫지만 역시 우리 바다에서 잡아서 밥상에 올릴 사정이 아니다. 크기도 옛날 같지 않고 중국에서 수입되면서 안전성에 의혹을 제기하며 명절이면 언론의 도마에 오르는 생선이다. 문제는 연어다. 고등어나 조기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먹어왔던 생선이 대물림된 경우다. 하지만 연어는 아이들과 청소년이 좋아한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인다. 살충제 계란 파동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이 연어다. 양식 연어가 인간 건강과 해양 환경에 끼치는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2017년 이태리 제노아에서 열린 국제슬로피시대회에서 ‘맛워크숍’에 참석했었다. 셰프 2명과 강의 1인으로 구성되어 요리와 강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생선요리가 주제였다. 강의 소재는 연어, 요리 소재는 갈치와 방어였다. 연어를 양식하기 위해 돼지고기와 가금류 사료를 먹이고, 먹여서는 안 되는 부산물도 사료로 이용한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살색을 내는 착색제를 사용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바닷물고기의 체색은 먹이에 의해 결정된다. 자연산 연어가 핑크색을 띠는 것은 새우나 갑각류를 섭취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색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사료를 먹여서는 핑크색을 띨 수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료에 염료를 넣는다. 국내에 유통되는 연어의 99%가 양식 연어다.

무엇보다 살충제 계란을 떠올렸던 것은 연어에 붙어 있는 바다이(sea lice) 때문이다. 최대 연어 생산지인 노르웨이 연어 도매가가 급등했다. 기생충 감염으로 물량이 줄면서 공급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바다이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양식업자들이 바다이를 죽이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한다. 그 양이 많아지면서 내성이 강해졌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되면 1㎏ 연어를 얻기 위해 5㎏에 이르는 사료를 먹어야 한다는 말이 사치스럽다. 오메가3를 얻기를 원한다면 채소로도 충분하고 생선을 먹어야 한다면 지중해인들이 잘 먹지 않지만 많이 잡히는 갈치나 방어류로 대체하자는 것이 워크숍의 요지다. 또 다른 연어 양식국 칠레는 더 심각하다.

 

왜 슬로피시인가

우리 사정은 어떤가. 지난 50년 동안 큰 물고기는 90%가 사라졌다. 동해에서는 대구가 사라졌고, 서해에서는 조기가 사라졌다. 다 자란 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채 다 자라지도 않은 어린 물고기나 산란을 해야 하는 물고기를 마구 잡아낸 것이다. 하지만 어부들은 바다에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것은 ‘수온이 변해서’라고 생각한다. 지구의 온난화가 원인이기에 내 책임은 아니라는 말이다. 남획을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지기 전에 코가 작은 그물로 어린 물고기까지 잡는 약탈 어업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물고기와 조개가 알을 낳고 살 수 있는 갯벌과 바다 숲을 지켜야 한다. 동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산에 나무를 싶어 숲을 가꾸듯 바다 숲도 가꾸어야 한다. 바다식목일을 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다는 무한하지 않다.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하다. 게다가 한번 무너진 생태계는 다시 회복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바다의 물고기는 임자가 없으니 먼저 잡은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도 약탈 어업을 부추긴다.

아버지 세대에 명태를 대량으로 잡았고, 어린 명태인 노가리는 세 배나 더 많이 잡았다. 지금 동해에 명태가 없는 중요한 이유다. 서해에 조기가 없다. 조기가 산란을 하고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은 파괴되었고 먹이도 많지 않다. 어부들은 월동 지역까지 찾아가 조기를 잡아내니 서해까지 회유할 수가 없다. 뱀장어는 어떤가. 어린 치어들이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왔지만 어머니가 살았던 강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물길을 막은 거대한 댐 때문이다.

한 세대 만에 조기, 명태, 민어, 농어(자연산을 말함) 등은 사라지거나 귀한 생선이 되었고, 물메기, 아귀, 숭어, 망둑어 등 쳐다보지도 않아 잡어라 불렀던 생선들이 밥상에 오르고 있다. 미래 세대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 아이들 세대에 바다에 어떤 물고기가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다. 슬로푸드 운동은 ‘속도’와 ‘효율성’을 멈추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고 경고한다. 인류의 종이 소멸되는 위험에 처하기 전에 속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속도와 효율성에 도취한 흐름에 전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느리고 오래가는 기쁨과 즐거움을 적절하게 누려야 한다. 그 출발은 슬로푸드 식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슬로피시는 무엇일까. 마을 어업이다. 마을 어장에서 어민들이 직접 캐고 잡은 것보다 슬로피시에 적합한 수산물은 없다. 이를 위해서 마을 어장이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그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수산업과 함께 마을 어업을 병행해야 우리 밥상이 건강하고 살충제 계란과 같은 일이 생선에서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을 어업만은 효율성과 속도에 맞춰 질주의 욕망이라는 엔진을 다는 일이 없어야 한다. 슬로피시 운동은 바닷물고기 보호가 목적이 아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촌 만들기이다. 그 결과 바닷물고기도 인간도 행복한 지구를 꿈꾸는 운동이다. 바다는 경계가 없다. 그래서 공유지 비극이 발생하지만, 어민과 도시민이 함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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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일 년에 오직 한 번 마을어장을 열고 개불을 잡는다. 마을 주민들이 한 집에 두 명씩 모두 참여해야 한다. 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을에서 개불축제를 개최한다. 외지인들이 가장 많이 마을을 찾는다. 사초리 개불은 마을만 아니라 강진을 대표한다.

망둑어는 인기 있는 생선은 아니었다. 생선 축에도 끼지 못했다. 고급 생선이 바다에서 사라지면서 갯벌에 서식하는 망둑어는 경기만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위)

주체할수 없이 많이 잡혔던 동해의 명태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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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 백합 주산지였던 새만금갯벌이 사라졌다. 그나마 백합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지역으로는 충남 서천군 유부도, 경기도 옹진군 장봉도, 주문도, 볼음도 정도다. 백합을 잡는 그레는 갯벌 생태계에 영향을 가장 적게 주는 어법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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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장은 대부분 갯벌이다. 해안선에서 멀어야 1㎞ 남짓, 수심은 깊어야 15m 정도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쉽게 오염될 수 있고, 쉽게 매립하기도 한다. 가로림만은 조력발전 후보지로 거론되다 백지화되면서 해양보호구역으로 선정된 곳이다. 그곳은 마을 어업 중심지로 낙지, 바지락, 굴 양식장이다. 그리고 물범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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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말까지 서해를 대표했던 참조기다. 이젠 서해에서 조기잡이 배를 찾을 수 없다. 남쪽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어탐기로 찾아내 쫓아가서 잡아야 한다. 봄에 서해로 올라오는 조기를 기다리는 어리석은 어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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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외포항 위판장에 새벽에 잡아온 대구들이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호망과 일부 자망으로 겨울철에만 대구를 잡고 있다. 진해만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구를 지자체와 어민이 협력해 치어 방류를 비롯해 어족 자원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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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제노아 슬로피시 행사장에 선보인 숭어 어란, 우리나라 숭어와 같은 어종의 알로 만든 가공품으로 슬로피시 맛의 방주에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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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26년 동안 어촌과 섬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광주전남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연안습지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갯벌문화사전』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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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최종 수정일 :
2017-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