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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여지도 조회
귀어 일기 “우리 홍합은 달고 싱싱해 명성 자자합니다”
닉네임관리자 작성일2017-09-26 조회수3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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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8 돌산항 앞바다 이미지입니다.

귀어 일기

 

“우리 홍합은 달고 싱싱해 명성 자자합니다”

 

글 박성천 사진 최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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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 공부와 경험

홍합 양식 전문가로 꽃 피운

돌산항 어부 박배근씨

 

그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토시를 끼고, 장화를 신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한 복장이었다. 이른 아침에 바다에 나가 부표(부자)를 채우고 왔다는 그의 모습에서 전형적인 어부의 모습이 느껴졌다.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듯했다.

“영민호에 타면 됩니다.”

그가 가리키는 영민호로 발걸음을 옮긴다. 2t 관리선은 양식 일을 하러 갈 때 타고 나가는 배였다. 선창에는 옆구리를 잇댄 배들이 사이좋게 정박해 있다. 몇 척의 어선을 건너 ‘영민호’까지 당도했다.

 

 

P68 돌산항 앞바다.jpg 이미지입니다.

돌산항 앞바다에서 대규모 홍합 양식

박배근 여수 돌산항 군내 어촌계장. 그는 돌산항 앞바다에서 홍합 양식을 한다. 돌산은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홍합 양식을 하는데 지역마다 수확 시기가 다르다. 동쪽은 11월~12월 사이에, 서쪽은 10월을 전후해 출하를 한다고 한다.

홍합은 주당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안주다. 날씨가 조금 선선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끈한 홍합 국물이 떠오를 때가 있다. 포장마차에서는 안주와 함께 뽀얀 국물이 가득 든 홍합 안주가 서비스로 나온다. 연체동물류에 속하는 바닷조개로, 삼각형에 가까운 타원형의 홍합은 주당들 외에도 누구나 좋아하는 수산물이다.

박 씨가 시동을 켜자 영민호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간다. 탄산음료를 바다에 쏟아 부은 듯 새하얀 포말이 부서진다. 배가 나아갈수록 물이랑은 문신처럼 넓은 바다에 흔적을 남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를 때리고, 먼 바다의 섬들이 손짓하듯 다가온다. 상증도, 하증도, 그가 알려주는 섬들의 이름을 눈인사하듯 바라본다.

“저기 보이는 작은 부두 모양의 공간이 굴강(掘江)이라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수리했던 곳이지요.”

그러고 보니 여수는 임란 때 삼도수군통제사가 있던 지역이다. 이순신이 거북선을 만들고 수리를 했던 곳이라니 역사적 사실을 넘어 사료적인 가치가 높아 보인다. 작은 섬 인근에 바다를 빙 둘러 돌담을 쌓은 걸 보니 방어와 은닉을 하는데 최적의 공간이었을 것 같다. 그가 가리키는 굴강을 보며 역사적인 현장에 와 있다는 뿌듯함이 인다. 그러나 생각만큼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남몰래 바다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이 있다.”는 말에 왠지 모르게 씁쓸해진다.

어느새 영민호는 홍합 양식장에 당도해 있다. 바다에 펼쳐진 부표들이 외지에서 온 손님을 맞기라도 하듯 출렁이는 파도에 연신 인사를 해댄다. 물양장의 파도와 양식장의 파도는 질적으로 다르다. 멀리 나와 보니 제법 바람이 세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부표(부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떠 있는지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가라앉거나 얽혀버리기 일쑤이지요. 대략 3000여 개의 부표가 떠 있는 것 같아요.”

박 계장이 가리키는 부표들을 보자니 바다에 떠 있는 것은 모두 하나의 ‘섬’으로 보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는 말이 여기에선 “부표와 부표 사이에는 섬이 있다.”로 바꿔 표현해도 될 듯하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광활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와 무엇이 다르랴 싶다. 우리네 삶 또한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한낱 부평초와 같은 인생이 아닐지.

 

매일 한결같이 부표 관리

그가 영민호를 바다 한가운데 세워두고 작업을 시작한다. 물살이 제법 세서 배가 조금씩 회전하는 기분이다. 박 계장이 재빨리 닻 모양의 삼발이를 양식장 부표 줄에 건다. 그리고 삼발이와 연결된 줄을 도르래에 감는다. 도르래가 감기면서 바다 속에 드리워져 있던 홍합을 엮은 줄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지난봄에 채묘를 해 여름에 종패를 심어 넣었습니다. 두어 달 정도 됐으니까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발육 상태는 좋은 편입니다.”

공중으로 제 모습을 드러낸 홍합은 군데군데 뻘이 묻어 있다. 자세히 보면 수십 개의 포도알이 엉긴 포도송이를 닮았다. 아니 야자수가 무리지어 엉긴 모습 같기도 하다. 기다란 줄 사이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느다란 줄이 내려져 있고, 그 줄마다 홍합 종패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다.

“저기 있는 부자는 교체를 해줘야 할 것 같네요.”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아닌 게 아니라 부표가 여느 것과 달리 조금 침하돼 있다. 지금 갈아주지 않으면 홍합이 밑바닥으로 점점 침하될 우려가 있었다. 그가 기어를 풀고 핸들을 돌리자 배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방향을 튼다. 조금 전에 가리켰던 방향으로 뱃머리가 움직인다.

출항할 때보다 바람이 조금 더 세진 것 같다. 물보라가 연신 얼굴에 튀고, 짠 내가 훅 밀려온다. 그러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금세 소금기가 증발한다.

다시 배가 멈추자, 그가 삼발이 닻을 재빨리 부표 인근으로 내던진다. 물속에 드리워져 줄이 보이지 않는데, 그가 던진 삼발이는 정확히 줄에 걸린다. 이런 것을 감이라 하는가 보다. 흔히 말하는 동물적 감각은 어느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이들이 지니는 특유의 감각이라 하겠다. 수면 위로 드러난 부표는 조금 짓물러져 있다. 그가 재빨리 새 것으로 부표를 갈아 바다 속으로 던진다. 아주 짧은 시간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 혼자 배를 운행하고, 삼발이를 걸고, 부표를 교체하고,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닌데 그는 척척 해낸다. 바다에 나와서는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지금은 척척 일을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처음에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의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거였다.

“부표를 엮은 일렬횡대로 늘어선 줄을 수하식 연승줄이라고 합니다. 이웃하는 연승줄과의 폭은 보통 6~7m에 이르죠. 그리고 한 개의 연승줄의 길이는 대략 200m 정도에 이릅니다.”

박 계장은 연승줄에는 물 아래로 500여 개의 가느다란 줄이 늘어져 있다고 했다. 또한 한 줄에 종패를 심은 꽈배기가 평균 27개가 들어 있는데 한 꽈배기에는 약 100~150개 종패가 심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꽈배기에 종패를 심는 작업은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종패 이식 작업을 할 때는 마을 아주머니들을 사서 일을 한다고 한다.

“작년에는 태풍으로 작황이 안 좋았습니다. 바다라는 게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라, 양식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거든요. 아직까지는 순조로운 편이지만 올해도 태풍이 지나가 봐야 수확 여부를 알 것 같습니다.”

파도 소리와 엔진 소리에 묻혀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억양이나 어조가 뱃사람의 것이라기보다는 육지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말투다. 조근조근 논리적으로 말을 하는 모습이 거친 풍랑을 헤치며 바닷일을 하는 어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만이 그가 녹록지 않은 바다에서 생업을 일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었다.

 

나고 자란 바다는 언제나 편안한 품

“이곳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바다는 늘 편한 대상입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더 그런 생각이 들지요. 마을은 원래 바다가 펼쳐져 있고 아름다운 풍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환경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죠.”

그도 보통의 여느 어부들처럼 젊은 시절에는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서울, 대전 등지에서 양식장 배합사료 판매와 유통 관련 일을 했다. 여수해양과학고와 제주대 수산 증식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 해양수산과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줄곧 해양 수산과 관련한 일을 해왔던 터라 수산과 관련한 현장 지식은 웬만한 전문가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료회사 근무할 때는 현장의 실증 자료를 바탕으로 담수호에서 메기를 생산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미꾸라지 먹이를 떡밥에서 뜨는 사료로 전환하는 데도 기여를 했다. 이 분야에서 자칭 “실질적인 수산 전문가”라는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양식 사료 판매하다가 90년대 후반 귀향

그러나 얼마 후 그는 직장 생활을 접게 된다. 당시의 상황이 회사 생활을 하기에는 여의치 않았다. “IMF 이전에는 배합사료 대리점 영업이 비교적 잘 되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외상 대금이나 미수금이 적지 않았습니다. 외상대금이 누적되면서 이 일을 계속 해야 되나 하는 회의가 들었지요. 당시 이쪽 업계뿐 아니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그 같은 방식의 영업이 일상화돼 있었지요.”

90년대 후반, 그가 귀향을 결심하게 된 이유다. 당시 부친은 선구물품(배에 필요한 물품) 관련 일을 했다. 저인망을 할 때는 잘 팔리고 경기가 좋았지만 저인망이 사라지면서 수입이 급감했다.

박 계장이 직장생활을 접고 양식 관련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한 것은 그 이후였다. 2000년 부친의 작고와 맞물리면서, 수산해양 전문성도 살리고 ‘가업’도 잇는다는 생각으로 어업을 시작했다. 태생이 바다 출신인 데다, 부친이 하는 일을 봐 와서 그런지 바다 일은 익숙한 편이다.

그는 “3㏊ 정도의 홍합 양식을 하면서 대략 200~300t을 생산한다.”며 “군내 홍합은 싱싱하고 단맛이 강해 명성이 자자하다.”고 덧붙인다. 쫄깃쫄깃한 식감까지 더해져 찾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곳은 FDA가 승인한 청정바다입니다. 특히 바다 밑바닥엔 여(바위)가 있어 물고기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지요. 달리 말하면 그만큼 플랑크톤이 풍부하다는 뜻이죠.”

이른 봄에 종패를 심어 가을과 겨울에 수확을 하는데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노란색, 암컷은 빨간색으로 변한다. 여물어 속이 꽉 찬 것은 빨간색을 띤다고 한다. 수확을 한 홍합은 전량 인근의 가공 공장에 납품을 한다. 여느 농부나 어부처럼 제값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

그는 관리선 2척과 작업선 1척을 보유하고 있다. 수확 철에는 채취선을 임대해 쓴다. 그리고 양식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밭농사도 짓는다. 고추, 깨, 파 등 양념 위주의 작물을 재배하는데 자급자족 수준이다. 무늬는 반농반어이지만 실질적인 분야는 어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계장은 “바다 현장 어디나 그렇겠지만 이곳에서도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제때 필요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양식을 하면서 애들 공부시킬 만큼 뒷바라지한 것으로 만족한다. 그는 후일 자녀가 양식업을 한다면 그때 상황에 맞춰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생각이다. 부인은 돌산의 명물 갓김치 사업을 하고 있다(아내의 손맛이 좋아 갓김치를 즐겨 찾는 이들이 많다고귀띔을 한다).

“자 이제 다시 항구로 돌아갑시다.”

그가 핸들을 꺾자 잔잔하던 바다에 포말이 인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바다는 더없이 아늑하고 평온해 보인다. 그는 그렇게 돌산의 바다가 베푼 현장에서 자족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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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돌산항 앞바다에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수리했던 굴강(掘江)이 있다.

P69 박배근 돌산항 어촌계장.jpg 이미지입니다.

양식장에서 건져 올린 홍합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박배근 군내 어촌계장.

P70 돌산항 앞바다 섬들.jpg 이미지입니다.

돌산항 앞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산재한다. 구름이 낀 하늘과 푸른 바다와 어울린 섬이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P71 홍합 종패.jpg 이미지입니다.

P71 부표를 정리하는 모습.jpg 이미지입니다.

포도송이처럼 엉겨 있는 홍합 종패.(위)

박배근 씨가 부표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P72 홍합 세척 모습.jpg 이미지입니다. P72 껍데기를 벗긴 홍합.jpg 이미지입니다.

수확한 홍합은 인근 가공 공장에 납품을 한다. 홍합을 세척하고 있는 모습.(왼쪽)

껍데기를 벗긴 홍합.

P73 부표 교체 작업.jpg 이미지입니다.

박 씨가 부표 교체 작업을 하고 도르래에 연결된 줄을 어선 기둥에 묶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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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최종 수정일 :
2017-09-08